본문 바로가기
동양고전-다시보기/논어-이야기

논어 제14편 헌문憲問(책리뷰)

by HISTATE_죠니 2022. 4. 7.
반응형

논어 제14편 헌문憲問(책리뷰)

논어-제14편-표지
논어-제14편-42장

헌문이라는 뜻은 말 그대로 원헌‘原憲’(공자의 제자)이 물었다‘問’라는 뜻이다.

원헌이라는 제자가 ‘수치’라는 것을 질문하면서부터 첫 장인 1장이 시작되는데, 제14편의 전체적인 형식이 모두 이렇게 공자와의 문답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주로 당시 사회의 각종 현상에 대한 평가나, 군자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으니 공자와 제자들이 진리를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읽어 보도록 하자.

논어-제14편-1장-내용
논어-제14편-1장
논어-제14편-25장-내용
논어-제14편-25장

25장 子曰, 古之學者, 爲己. 今之學者, 爲人.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 했는데, 요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한다.”

‘위인지학爲人之學’‘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해석해 보자면, 위인지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문이란 말이고, 위기지학은 자신을 위한 학문이란 말이다. 즉, 공자의 말은 각종 학습을 비롯한 성취를 이뤄 나가는 활동의 목표는 바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숙시켜 나가 인생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데에 있어야지, 단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혹은 눈앞의 이익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목표가 자기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는 경우, 무리를 하게 되고 정도를 벗어나게 되고, 설사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했다 해도 목표를 이룬 그 이후에는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생을 전체적으로 바라봐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서 계속해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나가는 과정으로 살아가야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 또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살아가서는 안 되겠는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32장을 함께 음미해보자.

논어-제14편-32장-내용
논어-제14편-32장

32장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

논어-제14편-42장-내용
논어-제14편-42장

42장 子擊磬於衛, 有荷蕢而過孔氏之門者.
曰, 有心哉, 擊磬乎. 旣而曰, 鄙哉, 硜硜乎. 莫己知也, 斯已而已矣, 深則厲, 淺則揭.
子曰, 果哉, 末之難矣.
공자께서 위나라에서 경쇠를 두드리며 연주하고 계셨는데, 삼태기를 메고 공자의 집 문 앞을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마음에 미련이 남아 있구나, 경쇠를 두드리는 모습이여!“
조금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땡땡거리는 소리여!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둘 뿐이로다. 물이 깊으면 아래옷을 벗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옷을 걷어 올리고 건널 일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을 버리는 것은 과감하지만, 그런 일이야 어려울 게 없지.“

그냥 보기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먼저 공자의 일대기를 조금 살펴보면, 공자는 51세에 노나라 정공에게 발탁되어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대사구라는 재상의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었는데, 후에 점점 무도해져 가는 노나라 정공의 정치에 실망하여 55세부터 천하를 주유하며 유세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권세가들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공자의 사상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만무했기에 공자는 69세가 되던 해에 후학을 양성하여 자신의 이상을 이어 나가게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교육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던 와중에 위나라에 머물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저 삼태기를 메고 지나가던 사람이 ”비루하구나, 땡땡거리는 소리여!“라고 하며 공자가 자기주장을 펼치기 위해 세상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비꼬았던 것이다.[논어(홍익출판사)-김형찬의 주석]

 

즉, ”세상에는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 구차하게 그러고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인데,

이에 공자는 ”버리는 것은 과감하지만, 그런 일이야 어려울 것이 없지.“라고 대답한다.
공자의 이 말은 자아척전自我拓展의 정신 즉, ”강렬한 사명감을 가지고 개척해 나가는 길에서는 어떠한 난관도 회피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라는 정신을 나타낸다. 이렇게 공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은 없다.“라고 하는 유연함을 보이면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 중대한 일 앞에서는 ‘불굴의 강직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 사실 세상에는 해도 해도 안 되는 일들 투성이고, 유연함이 미덕이고 강직함은 우둔함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99%의 일들에는 유연해도 정말 가치 있는 1%의 요소에는 어떤 난관이 따르더라도 공자와 같은 '불굴의 강직함'이 필요한 것이다.


포기하고 타협하는 것은 쉽다. 지켜내는 게 어려운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