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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다시보기/논어-이야기

논어 제20편 요왈垚曰(책리뷰)

by HISTATE_죠니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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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제20편 요왈垚曰(책리뷰)

공자-논어-제20편-표지
공자-논어-제20편

중국의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태평성대를 이룬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시대를 '요순시대'라고 하는데, 제20편은 총 3개의 장으로 공자가 추앙했던 요순시대와 그 후대의 어질었던 왕들의 선정善政을 소개하고 있다.

1장 (전략) 周有大資,善人是富。
(은나라 정벌 후) 주나라에서 크게 은혜가 베풀어져, 착한 사람들이 부유해졌다.
所重,民食喪祭。
(중략) (무왕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백성들의 양식과 상사丧事와 제사였다.
寬則得重, 信則民任焉, 敏則有功,公則說。(후략)
관대하게 대하면 많은 사람들을 얻게 되고, 신의가 있으면 백성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민첩하게 하면 공을 이루게 되고, 공정하게 하면 사람들이 기뻐하게 된다. (후략)


이 장에서 나오는 무武왕은 그 유명한 주역周易을 지었다고 전해지고 강태공과 함께 상나라 폭군 주왕紂王에 맞선 문왕文王의 아들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주왕紂王을 정벌하고 주周나라의 시대를 연 인물이다.

무왕은 요순시대의 왕도를 따랐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서경》의 주서周书에 따르면, 무왕은 은나라(상나라)를 무너뜨리고 나서 백성들에게 곡식과 재물 등을 나누어 주어 은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물론, 정복 후에 이어지는 약탈과 학살의 역사도 다수 존재하지만, 무왕의 이 지혜로운 처사는 동북아 문화권에서 왕도의 '표준'으로서 후대에 전해졌다.

나무를 일으키는 것은 대지이고, 배를 띄우는 것은 바다이다. 리더란 이러한 이치와 멀어질 수록 쓰러지기 쉽고 가라앉기 쉽다.
게다가 교만하고 오만하고 태만한 태도는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괴롭게 하는 것인데, 권력에 이른 자들은 이를 쉽게 망각하고 무시하는 지경에 이른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김없이 새로운 국가와 함께 이러한 이치를 갖춘 성군의 정치는 점차 권력에 취한 후대 왕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종국에는 패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줄곧 보아온 현대의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세상에 저 혼자 뿐이라면 권력이란 것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논어 리뷰의 마지막에 접어들어 소소하게 바라는 것은 이 '당연한 소리'일색인 논어가 조금이라도 더 읽혀, 이러한 이치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2장 子張曰. 何謂四惡?
子曰. 不敎而殺謂之虐, 不戒視成謂之暴.
慢令致期謂之賊, 猶之與人也出納之吝, 謂之有司.
(전략) 자장이 여쭈었다. "무엇을 네 가지 악덕이라고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서 잘못했다고 죽이는 것을 학대한다고 하고, 미리 주의를 주지도 않고서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포악하다고 한다. 명령을 명확히 하지는 않으면서 기일만 재촉하는 것을 해친다고 하고, 사람들에게 고르게 나누어 주어야 함에도 출납을 인색하게 하는 것을 옹졸한 벼슬이라고 한다."


어딘가 익숙한 상황들 아닌가, 우리가 이제껏 심심치 않게 보아온 '꼰대', '악덕 상사 혹은 리더'들의 행동들을 공자가 정확히 짚어 네 가지 악덕으로 꼽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리더십이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동북아 문화권에서의 고맥락(High Context) 대화 방식, 굳이 자세히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아주는 그런 방식은 동북아 문화권 특유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예禮와 충忠 같은 것들로 포장되어 조직 속에서 강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재례식의 단순한 조직에서야 이런 것들이 통했을 지라도, 시시각각 변하고 고도화된 현 사회의 조직 내에서 이러한 방식은 수많은 비효율과 문제를 낳고있다.

의사전달방식과 조직 구성 분야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봐도 현대 사회에서는 서양문화권에서 자주 보여지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사전달 방식인 저맥락(Low Context) 대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한다. 서양이라 옳다는 것이 아니고, 복잡다단한 이 사회의 특성상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사전달 방식이 보다 요구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업무 지시를 할 경우 "이 서류를 빨리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가져오세요!"라는 식의 말하기는 상당히 모호하다. 결국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빨리'나 '깔끔하게'라는 이 모호한 수식들의 간극이 쓸데없는 소모전을 만들어 내고 때로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정확히 언제까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라는 구체적인 지시는 처음에는 번거롭겠지만 결국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 공자는 이런 문제를 잘 짚어내고 있다. 2500년 전의 저 시대에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사전달의 중요성은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MZ세대 이후 세대들은 저맥락 대화방식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이 변화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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