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에스토니아처럼-전자 영주권부터 국가 코인까지 미래를 추월한 나라
한 가지 분야에서 시간을 들이고 몰두하여 경험을 쌓아나간다는 것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지만, 그것은 때로 시야가 좁아지고 유연성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도 세상의 변화와 이슈들에도 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며 살지만, 나는 그러지 못해서 마치 좌우의 시야가 막힌 경주마처럼 인생을 살아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부터 신문을 펼쳐보면 ‘4차 산업혁명’, ‘AI’, ‘IoT’, ‘비트코인’, ‘블록체인’... 이런 낯선 단어들이 지면을 장악해가기 시작하는데, 마치 초등학교 시절 모르는 한자 때문에 신문을 읽지 못했던 것처럼, 관심을 갖지 않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낯선 개념들 때문에 도통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답답했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키워드들을 찾아 읽어보고 공부해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발견해서 읽어 본 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블록체인, 에스토니아처럼』이란 책이다.
스위스의 경제학자이자 세계경제포럼(WEF)의 의장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한 말이 있다.
“새로운 시대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이다.”
즉, “새로운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이 큰 거대 조직이 적응하기에는 변화와 창조가 너무 빨라서,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변화에 유연한 조직이 새로운 시대의 승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경영계에서 더욱 조명을 받고 있는 말이지만, 이 책을 통해 에스토니아의 사례를 읽어보면 이 논리는 비단 기업경영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가 고도화 되어 갈수록 정보와 기술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고 보편화되어 가기 때문에 후발주자라고 해도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면,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갈 수 있고, 때로는 추월해 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최근에 들어서야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현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었는데, 중국의 경우 내 기억에는 거의 2013~14년부터 위챗 페이라는 시스템으로 시장에서도 QR코드만 찍으면 결제가 가능할 정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것보다 사용방법도 훨씬 간편하고, 공과금이나 자산관리 등도 한 개의 플랫폼에서 모두 가능할 정도로 활용도도 높았었다. 보급률은 어찌나 좋았던지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렵지 않게 이 플랫폼을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것은 바로 기성의 시스템에서 오는 구조적인 차이, 내부적인 문제, 이해득실 관계 등에 따라 생기게 되는 비효율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예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조금만 찾아보면 여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에스토니아라는 북유럽의 작은 국가는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고 딱히 가진 자원이랄 것도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다. 하지만, 2017년 케르스티 칼률라이드(Kersti Kaljulaid)라는 40대의 젊은 대통령은 '디지털 혁신'을 국가의 경쟁력으로 삼아 국가의 주요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해가게 된다.
그녀는 “관官이 민民을 따라갈 수는 없다.”, “미래로 빨리 나아가려면 마차보다는 말을 앞세워야 한다.”라는 다소 보수적으로 들릴 수 있는 사상으로 정책을 이어갔는데, 결과적으로 그 정책의 핵심인 혁신적인 시스템(블록체인)이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서 국가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경제이념을 떠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비효율적이고 자기이익만 따지는 정책이 아니라 ‘Speed over Quality’의 달성을 위한 현실적 방안, 그리고 리더의 미친 역발상 능력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닐까.
책 전반에 걸쳐 에스토니아가 어떻게 블록체인을 과감히 도입해서 국가 전체의 효용을 증진시켜왔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들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실제 활용사례, 심지어 기업도 아닌 국가 시스템에서 어떤 작용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책을 읽기 전에 ‘블록체인’기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면, 우선 구글에 ‘블록체인’부터 한번 검색해보고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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