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제1장 계획 (시계, 始計)
제1장은 사전 준비, 즉 계획 단계에 대한 전략이다.
정치적 상황, 장수의 자질,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일곱 가지 계책(칠 계, 七計)을 승리의 조건으로 제시하는데, 이것이 참 흥미롭다.
물론, 단지 전쟁을 위한 일곱 가지 계책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떤 협상이나 프로젝트 또는 비즈니스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꼭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워딩이 좋지 않은 편이라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칠 계(七計)를 아래와 같이 보편화시켜 보기도 했다.
1. 군주의 정치=leadership
2. 장수의 능력=Operation ability
3. 기후 및 지리조건= Environment, Situation
4. 법제=System
5. 병력과 무기=Infra, Resources
6. 병사의 훈련=Experience, Preparation
7. 상벌 기준=Incentive
손자는 이러한 계책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면서 계속해서 '목표와 비전', '유리한 형세', '임기응변, Pivoting', '기만술', '치밀하고 다양한 계책' 등의 중요한 원리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삶과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모두 중요한 원리들이 아닐 수 없는데, 그중
특히나 마지막에 '철저한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에 대응하라'라고 하는 대목이 인상 깊다.
이렇게 손자병법을 읽어보면 그 첫 장부터 이것이 결코 그저 단순한 '싸움의 기술'에 관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뒷장에도 나오겠지만 손자는 심지어 싸움은 피해 가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강조하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적인 내용은 읽어보지 않고 일부 각색된 이미지만 받아들여 이 책의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최고의 병법서 손자병법' 왠지 읽으면 용감무쌍해지고 싸움에 다 이길 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손자병법이 단순히 '싸움'의 기술을 위해 쓰인 것이었다면 수천 년간 이렇게 가치를 인정받아 올 수 있었을까?
역사상 무수히 많이 존재했던 다른 병법서나 병략서와 달리 특히 손자병법이 더 가치를 갖는 이유는 주제가 '싸움을 이기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손자병법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다."라고 할 수 있다.
손자가 제시하는, 잘 준비하고, 형세를 갖추고, 환경을 연구하고, 역학관계를 이용하고, 관계를 맺고, 사람을 다스리고, 정보를 탐색하는 등의 계책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바로 싸움을 피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최상책을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찾아보자면, 고려시대 때 오직 외교담판 만으로 거대한 군사력을 지닌 거란의 침략을 막고 심지어 압록강 남쪽에 6개의 성을 쌓아 영토까지 확보한 '서희의 외교담판'이 바로 손자병법의 최상책의 좋은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사성(Narrative) 측면에서 보면 서희의 외교담판과 같은 이야기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극적인 매력도 떨어져서 잘 기억되기도 힘들고 싸움 같지도 않아 재미없다.
반면, 역사상 가장 멋있는 승리 장면으로 꼽히는 을지문덕 장군의 수계(水計)나 이순신 장군의 화계(火計)와 같은 것들은 거시적으로 보면 승리 후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큰 피해를 안기는 것으로, 손자는 이런 것들을 최하의 전략이며 최하의 승리라고 말한다.
"그럼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반론에 대해 손자라면 아마 "왜 열악했나?"라고 먼저 추궁을 할 것 같다.
외부적 요인으로서 침략에 대한 방어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이 전쟁이 일어난 내부적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 정치적 태만과 외교적 우둔함, 그리고 군사력 쇠락 등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평시의 준비와 그로 인해 '칠 계'가 무너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무슨 제대로 된 계책이 나올 수나 있었겠는가?
걸출한 을지문덕이나 이순신 같은 장군들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최하의 전략인 수계나 화계 밖에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현재 세계의 강대국들이 손쉽게 핵무기를 쏘아 올려 국가 간 긴장을 종식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경제적, 외교적으로 전략들을 펼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파괴의 전략'이 '최하의 승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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