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제3편에서는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반드시 온전한 그대로의 천하를 다퉈야 한다.'라는 손자의 전쟁관의 핵심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百戰百勝,非善之善者也。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必以全爭於天下。
그리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쟁의 원칙과 승리를 위한 다섯 가지 요건에 대해 설명하며, 이를 이해하는 자가 진정한 승리를 이룰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부분이《도덕경》제68장에 나오는 문장과도 매우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善為士者,不武。善戰者,不怒。善勝敗者,不與。
"훌륭한 지휘관은 무용을 뽐내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분노하지 않고, 적을 잘 이기는 자는 적과 다투지 않는다."
손자는 젊었을 때에는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며, 공자와 노자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자신의 병법이 만들어온 승리들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도시와 산천초목을 황폐하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공자와 노자의 도를 다시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손자병법에 나타난 이러한 전쟁관이 그가 젊었을 때부터 일찍이 성립된 것인지 아니면 노년에 어떤 깨달음을 통해 이를 수정하여 완성된 것인지는 정확이 알 수가 없다. 아무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순히 당시의 실리만을 생각하여 전쟁의 지식과 기술에만 많은 무게를 두었다면, 손자병법은 이렇게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고전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우리가 손자병법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구절이 나온다.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불패(知彼知己,百戰不敗) 라고 알고 있는 이 구절은 사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白百戰不殆)가 원래의 문장이다.
무슨 차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위태롭지 않다.'라는 밋밋하고 불투명한 말보다 '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훨씬 자극적이고 단정적으로 보여 이 '백전불패'라는 말이 인용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소해 보이는 두 글자 사이에는 의미상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내가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세상사에서 일어나는 변수를 우리는 결코 완벽히 통제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확률의 범위 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생각하여 명석한 두뇌와 혜안, 치밀한 준비 그리고 환경적 혜택 등을 모두 갖춰 99.99%를 만들 수는 있어도 100%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적을 알고 나를 안다'라는 아주 어렵고도 중요한 것을 해내더라도, 전쟁 또한 인생의 일부 일 수 밖에 없기에, 100%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중요한 철학적 요소가 이 한 글자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손자가 전쟁을 통해 말하는 원리는 보편적으로 적용시켜봐도 다방면으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더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는데, 가령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경우 경영학에서의 SWOT분석법에 대입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편에서 손자는 리더십에 관한 중요한 문제도 언급하는데, 이 내용은 당시 관료제적 시스템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장수는 나라를 보좌하는 버팀목이다."... "군주가 장수를 믿지 못하고 군대의 지휘권을 간섭하여 해를 끼치는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 상황이 있다."...
"첫째, 군대가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전진 명령을 내리거나, 후퇴해서는 안되는데도 후퇴 명령을 내리는 경우."
"둘째, 군주가 전체 군대의 내부 사정을 모르면서 인사나 행정에 간섭하는 경우."
"셋째, 군주가 권모술수를 모르면서 지휘를 간섭하는 경우."
그런데 손자가 말하는 이 잘못된 군주상이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리더가 현장을 잘 알 고 있는 것이 최선이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모든 실무에 정통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담당자를 임명해 업무를 분장하는 것인데, 우리는 종종 그저 감투 놀이에 심취해서 인지, 무슨 고집이 있어서인지 실무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거나 잘못된 지시를 내리는 리더들을 사회생활을 하며 종종 만나게 된다.
옛날 책이라고 옛날이야기로만 여기면 공들여 읽어도 얻어가는 것이 없다.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고 대입해보며 읽어보면 이 옛날 책은 그저 옛날이야기인 것이 아니라 현대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지혜를 담고 있는 문장들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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