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편 허실(虛實) - 검은 구름에 백로 지나가듯 속을 다 보이면 망한다.《오륜서》
제6편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避實擊虛,以實擊虛。
攻其無備,出其不意。
상대방의 실을 피해 허를 찌르고,
상대방의 허점을 나의 강점(실)으로 공격하라.
상대가 방비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고,
상대가 예상치 못한 곳을 공략하라.
즉, 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축적하여 적의 강한 부분을 피해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적의 예상에서 벗어난 곳을 공략하여 적의 전력을 흩트려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다시 간단하게 네 글자로 줄이면 우리에게 익숙한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손자는 이 허허실실의 실현을 위한 전략을 공격을 위한 3대 요결, 선제(先制), 주동(主動), 의표(意表)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나가는데 이 내용이 참으로 흥미롭다.
** 선제(先制) : 적보다 먼저 전쟁터에 도착하여 적을 기다리는 군대는 편안하고, 적보다 늦게 전쟁터에 도착하여 갑자기 전투에 투입되는 군대는 피로하다. 그러므로 유능한 지휘관은 능동적인 위치에서 적을 끌어들이지, 피동적으로 적에게 끌려가지 않는다.
** 주동(主動) : 아군의 뜻대로 적을 움직이려면 작은 이익을 미끼로 적을 유인하여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움직이게 하고 ... 그러므로 적이 쉬고 있으면 적을 피로하게 만들고, 적의 식량이 넉넉하면 굶주림에 빠지도록 만들며, 적이 안정되어 있으면 도발하여 동요시켜야 한다.
** 의표(意表) : 적이 미처 구원하지 못할 곳을 공격해야 하며 ... 적의 대비가 없는 곳으로 진출해야 한다. ...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해야하며 ... 적이 공격할 수 없는 곳에서 지켜야 한다.
먼저 준비하여 기세를 잡는 선제, 페이스를 나에게로 끌어오는 주동, 교란하여 허점을 만드는 의표.
이것들은 말로는 쉬워 보이나 실은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전략으로, 급박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강력한 절제력과 냉정함을 갖지 못하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손자는 제6편에서 이를 개념화시키고 실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예시를 통해 이를 설명해주어 독자로 하여금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준다. (본문참조)
그리고 이어서 전략 수립의 최우선인 정보의 수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책지(策之)-작지(作之)-형지(形之)-각지(角之)'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하며 최선의 정보수집 방법에 대한 지혜의 창을 열어준다.
** "적의 정황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적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하며(책지), 적을 건드리고 흔들어서 움직이고 멈추는 규칙을 파악하고(작지), 적에게 거짓으로 아군의 형세를 노출하여 적지의 지형과 진지의 장단점을 알아내며(형지), 정찰대를 내보내 적군의 병력과 편제의 허실과 강약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각지).
마지막으로 손자는 다시 한번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통찰을 제시하며 인생과 병법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를 되짚어준다.
*** "군대의 형세는 물과 같아야 한다. ... 물에 고정된 형태가 없는 것처럼, 군대에는 고정된 형세가 없다. ..."
*** "자연 현상에서 만물의 근원인 오행이 언제나 이기기만 하지 않고 상생상극하고, 사계절이 한 계절에 묶여있지 않고 순환하며, 해가 길어지고 짧아지며,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용병의 원칙 또한 고정되어 있어서는 안 되고 언제나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술은 잘 알겠으나, 표면적으로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당면한 적이란 누구란 말인가? 적이 있어야 이런 방법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응용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꼭 실체가 있는 물리적인 '적'이 아니더라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유무형의 존재들과 시시각각 대립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스마트폰의 사진을 두 손가락으로 쓸어 확대하고 축소하며 보는 것처럼 보는 방법과 시각을 달리하면 전쟁도, 인생도 매우 같은 속성을 지닌 그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인생길을 앞에 두고 앞뒤 재지 않고 당당하게 스스로의 걸음을 걸어간다는 것도 참 멋진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하고 너무 많은 갈림길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한번 걸어간 길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으므로...
우리는 읽어봐야 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자병법과 같이 꼭꼭 씹을수록 맛있고 영양가 있는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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