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편 구지(九地) : 형세와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자가 쟁취한다
제11편의 편명은 구지(九地)이다.
이 편의 제목은 그대로 번역하면 내용과 매치가 되지 않는데, 여기서 말하는 아홉 가지 '지地'는 단순히 자연지물로서 지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 표현으로, 아군과 적군이 놓여있는 상황을 토대로 구분된 아홉 가지 형세를 말한다.
손자는 승리를 위한 외부적 조건과 내부적 요인을 잘 판단하여 대처하고 활용함과 동시에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파고들며, 강건한 적은 빈틈을 만들어 내어 허물어내고, 주도권을 쟁취하여 속전속결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편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서 형세에 따른 실용적인 전략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앞서 누누이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전쟁상황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접목시켜가며 읽어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 구지(九地)
- 산지散地 :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벌어진 전쟁이라 마음이 흐트러진 전쟁터
- 경지輕地 : 국경 근처에서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지역
- 쟁지爭地 : 먼저 쟁취하는 쪽이 우위를 점하는 전략 요충지
- 교지交地 : 아군이 진출할 수도 있고 적이 공격해 올 수도 있는 교차지역
- 구지衢地 : 제3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 먼저 도착하는 쪽이 제3국과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접경 지역
- 중지重地 : 적지에 깊이 침입하여 그 나라의 많은 성을 거쳐서 등 뒤에 강력한 적대 세력을 두게 되는 부담스러운 지역
- 비지圮地 : 산악지대, 숲지대, 장애 지대, 늪지대 등 행군이 어려운 지역
- 위지圍地 : 진입로는 좁고 험준하며, 후퇴로는 멀리 돌아가서, 적이 소수 병력으로도 아군의 다수 병력을 쳐부술 수 있게 에워싸인 지역
- 사지死地 : 속전속결로 분투하면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전멸당하는 지역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을 이해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개념화'와 '범주화'의 기술을 익혀나가는 것이 필수이다.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이런 개념화와 범주화의 좋은 예시를 계속해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도 손자는 전쟁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9가지 주요 형세를 개념화하고 범주화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적절한 대처방안을 제시해 주고 있어 상황을 이해하고 처세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사람이란 많아질수록 통제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형세가 어떤지 알고 있더라도 그 형세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솔력과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손자는 구지에 대한 설명에 뒤이어 사람의 심리를 잘 활용하여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 적이 대병력으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공격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러한 경우에는 먼저 적이 중시하는 적의 요충지를 먼저 빼앗아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즉,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 빼앗아 의지를 꺾어 버리라는 말이다. 다소 냉혹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목숨이 경각에 걸려있는 상황에서 냉혹하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 병사들이 자기의 재산이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우는 것은 그들이 모두 재산이나 생명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 그러나 병사들은 일단 전진 이외에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전쟁터에 던져지면, 저 옛날 용맹스런 전제나 조귀처럼 결사적으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 용병술에 능한 자가 전군의 병력을 한 사람처럼 손을 잡고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는 것은 병사들 사이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 장수는 군대를 통솔하면서 언제나 침착하고 냉철하며, 엄정하고도 조리가 있어야 한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처녀처럼 조용하고 침착하고 조심하여 적의 경계심을 ㅈ추어 문을 열게 만들고, 전투가 시작되면 마치 덫에서 벗어난 토끼처럼 재빠르게 출동하여 적이 미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다.
*** 적의 행동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서 전술을 바꿔서 전투를 결정해야 한다.
손자가 어떻게 이 정도로 사람의 마음과 전체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지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손자의 지혜가 담긴 이 손자병법이 소실되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는 것이며, 그를 통해 우리도 통찰을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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