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리뷰 12 - 제12편 화공(火攻)
제12편의 편명은 화공(火攻)이다.
고대의 전투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무기는 다름 아닌 물과 불이었다. 그중에서도 물과는 다르게 불은 어디에서건 만들어낼 수 있고 키워 낼 수 있으며, 잘만 활용하면 그 위력이 물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컸기에 고대의 전투에서 화공火攻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전술이었다.
따라서 손자 또한 화공을 빼놓고는 병법서를 완성할 수 없었으리라. 손자는 이 편에서 화공, 즉 불로하는 공격을 다섯 가지 종류로 나누고, 그 실시 방법과 필수 조건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설명 또한 활용하기 쉽게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 화공으로 공격을 보조하면 그 효과가 매우 분명하다. 수공으로 공격을 도우면 그 위력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수공은 적군을 적군을 분산시켜 끊어 놓을 수는 있지만, 화공처럼 적의 물자와 장비를 태워버리지는 못한다.
화공의 이토록 강력하고 확실한 효과. 초토화의 전술. 하지만, 정작 이 편의 주제는 불로 하는 공격에 관한 것이 아니다.
** 전쟁에서 이기고 적의 영토를 쟁취하였더라도, 그 전쟁의 결과가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면 흉한 일이다. 이를 '인명과 재산을 허비하면서 머물러 있다.'고 한다.
** 지혜로운 군주는 전쟁의 결과를 신중히 검토하며, 훌륭한 장수는 전쟁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 한 나라의 군주 된 자가 한 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며, 전군의 장수된 자가 잠깐의 노여움으로 전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 노여움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기쁨으로 바뀔 수 있고, 분노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나라가 멸망하면 다시 세울 수 없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초반부에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화공이나 수공 같은 초토화 전술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라고 말했던 손자의 사상의 정수가 바로 이 화공火攻편에서 나타난다.
불은 강력하다, 미사일도 강력하고 핵무기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피와 잿더미뿐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싸웠는가?
다툼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고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고 비방하고 헐뜯고 몰아붙이면 당장은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얻는 것은 무엇인가? 승리했다는 성취감인가?
그저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사람의 마음을 잃고 심지어 자신의 정신마저 아프게 한다.
가끔 우리는 싸움을 위해 싸움을 거는 자를 만나기도 하고 논쟁을 위해 논쟁을 거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목적이 없다. 그저 치고받고 소모하고 짓누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도, 잘 돌이켜보면 우리도 누구나 감정이 과잉됨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던 경우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이 과해지다 보면 때로는 목적이 없어진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끝내는 원인도 잊은 채 그저 모든 것을 헤집는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화마를 만들듯이 말이다.
다투지 않고 얻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상처입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지혜이다.
손자병법을 통해 경영과 관리, 상황 설계와 처세, 그리고 협상과 인간의 심리 등에 관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이 제12편에서 말하고 있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음미해본다.
"노여움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기쁨으로 바뀔 수 있고, 분노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나라가 멸망하면 다시 세울 수 없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는 것이다."
'동양고전-다시보기 > 손자병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자병법 리뷰 마지막 - 제13편 용간(用間) : 작은 투자를 두려워 해서는 큰 목적을 이룰 수 없다. (0) | 2022.08.16 |
---|---|
손자병법 리뷰 11 - 제11편 구지(九地) : 형세와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자가 쟁취한다 (0) | 2022.08.14 |
손자병법 리뷰 10 - 제10편 지형(地形) : 주변과 자신을 파악하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0) | 2022.08.07 |
손자병법 리뷰 9 - 제9편 행군(行軍) : 크고 작은 '늧'을 포착하여 기세를 잡아 흐름을 주도하라. (0) | 2022.07.28 |
손자병법 리뷰 8 - 제8편 구변(九變) : 상황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라. (0) | 2022.07.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