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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패턴 인식 독서법 -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by HISTATE_죠니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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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인식 독서법 -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패턴인식독서법-표지
서양-철학사와-함께하는-패턴-인식-독서법

 

나는 두 종류의 사람들을 동경한다.
우선 한 부류는 내가 수학 쪽으로는 아주 젬병이라 외계어같이 어려운 수학식을 척척 풀어내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 그리고 나머지 한 부류는 속독까지는 아니라도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고 내용도 선명하게 잘 기억하는 사람. 따지고 보면 수학 쪽 보다는 후자가 더 부러운 거 같다. 나는 맥락 파악은 좀 하는 편인 거 같은데, 읽는 속도도 느리고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눈에 띄었을까.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한 책. 『패턴인식 독서법』 막 무슨 '속독의 기술'과 같이 독서를 위한 탁월한 비법서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 내용은 내가 예상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독서를 위한 기술서라기 보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물음에 대한 생각이 담긴 책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독서를 통해 삶과 세상에 대한 더 나은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원했던 '텍스트 읽기 스킬'을 다루진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패턴인식 독서법』 中

- 인생이 장거리 레이스라고 볼 때, 경험이 쌓이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다. 책도 안 읽고, 생각도 안 하고, 세상을 보려는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이면 그냥 나이만 먹었을 뿐이다.

-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책이다. 그런데 고전이라고 다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고전을 읽으면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

- 출판사도 어차피 책 장사를 하는 거니까 자본주의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많은 상품을 공급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은 문화이고 지적 양식이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까? ... 우리는 베스트셀러에 너무 좌지우지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라 ‘남이 좋아는 책’을 사는 것이다.

 

故이어령 님의 책《거시기 마시기》의 표현을 인용해 보자면, 책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읽힘으로써 어떠한 문화유전자인 밈(meme)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이 상품성을 위해, 베스트셀러와 같은 시류를 모방해서 쓰여지기만 하고 또 일반 사람들이 그러한 책들만 골라서 읽는다면, 우리의 밈(meme)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해갈까?

이렇게 이 책은 독서라는 것에 관해 내가 친구들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면서, 작가가 철학도 출신인 만큼,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인생의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실마리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는 책이다.

번외로 책의 구성상 서양 철학사를 따라 읽어 볼 수 있다는 재미와 함께 각 챕터마다 예시로 소개되는 좋은 책들에 대한 내용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다만, 읽으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작가는 서양철학의 두 가지 큰 부류를 잣 대삼아 책들과 세상의 패턴을 크게 두 가지 '이성'과 '감성'의 패턴으로 나누는데, 이는 조금 더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절대주의적 이성’, ‘상대주의적 감성’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사상이 ‘상대주의적 감성’에 더 가까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주장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조금 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라 이 상대주의라는 것의 본질이 흐려져 오히려 또 다른 방면의 절대주의를 만들어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 인생의 지혜를 쌓아온 어른으로서 자기만의 사상을 가진다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주제가 패턴과 맥락을 파악하여 독서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것인 만큼, 너무 한쪽에 무게감을 주어 주장을 펼치는 듯한 구조보다는, 그런 사상의 표출은 지양하고 조금 더 유연한 방향으로 글을 이끌어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비판을 하겠다는 취지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리뷰이며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을 말할 뿐이지 부정적인 의도는 아니다. 이 부분이 안좋았다라고 하는 비중이 10%라면, 이 책이 좋았던 부분은 90% 정도는 차지했었다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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