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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다시보기/논어-이야기

논어 제6편 옹야雍也(책리뷰)

by HISTATE_죠니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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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제6편 옹야雍也(책리뷰)

논어-제6편-표지
논어-제6편-옹야

6편 옹야雍也에서는 자신의 제자들과 역사상 덕德이 있고 인仁을 따랐던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매우 추상적인 덕德과 인仁의 참의미를 다시 한번 풀어내고 있다.

덕德이니 인仁이니 도道니.. 참 말로는 쉽다.
하지만 이것들은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것들이라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해내고 있는 사람이 없다. 노자는 이를 명명하는 순간 이미 참된 의미에서 멀어지는 것이라 했고,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공자 또한 논어 전반에 걸쳐 이들에 대해 논하지만 명확한 명제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논하는 것이 과연 옳고, 그런 것을 따른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도 명쾌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것들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아.. 난 안되겠다.

10장을 보면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 제자를 공자는 한마디 꾸짖는다.

논어-제6편-10장-내용
논어-제6편-10장

10장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
염구가 말했다. 저는 선생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 능력이 부족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능력이 부족한 자는 도중에 가서 그만두게 되는 것인데, 지금 너는 미리 선을 긋고 물러나 있구나.“
The Master said, “Those with insuffi cient strength fall by the path midway. You are simply drawing a line.

”너 자신(의 무지)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발언에 반대하고자 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겠고, 일단 노력하다 보면 능력에 따라 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아.. 그렇게는 결코 안될거야.“라고 마음먹은 제자의 태도를 꾸짖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에 의지하며 산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참된 가치는 종종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설명하기도 힘든 것들 속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물론,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것을 정의내리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맞다.
특히 우리는 정의를 내리는 능력을 앎의 척도로 삼고는 하는데, 사실 어떤 고차원적인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의 정도가 커져 갈 수는 있어도 정의만은 좀처럼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자는 제6편 옹야雍也에서 자신의 제자들과 여러 성인들의 일화 속에서 그 속에 덕德과 인仁과 도道가 있었음을 설명하며, 그 존재의 난해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뭐.. 도道같은 심오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상대로 선을 긋고 물러나고, 르상티망(ressentiment)과 같은 방어기제 뒤에 숨어 자신의 가능성에 족쇄를 채우고 살아가고 있는가.
계속 숨지만 말고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시도라도 해보며 살아보란 말이다!!

17장에는 아주 고지식하게 들릴 수도 있는 구절이 있다.

논어-제6편-17장

17장 子曰, 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삶은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지 않은 삶은 요행히 화나 면하는 것이다."
The Master said, Men stay alive through straightforward conduct. When the crooked stay alive it is simply a matter of escaping through luck.

사마천의 『사기-백이열전』에 보면 도척盜跖이라는 희대의 악당이 등장하는데, 사마천은 이를 이와같이 묘사한다. “인육먹는 도척 같은 놈이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며 “악인이 천수를 누리고 선인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현실”.

응? 권선징악 어디갔어?
이 도척이라는 작자는 심지어 성인들을 비꼬아 도적에게도 도道가 있다며 자기합리화까지 무지하게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별 탈없이 편안하게 죽었단다.

 

자, 그럼 우리도 도척처럼 잘살아보세~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하게 죽었을지언정, 과연 이 도척이라는 인간의 인생에 가치라는게 얼마나 있었을까? 죽고 난 뒤에 무슨 가치가 필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은 가치와 의미를 찾아 사는 존재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의 많은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말하고 있듯이, 이 ’가치‘라는 것은 결코 신체에 속한 것도 물질에 속한 것도 아니다.

어떤 것들은 반드시 실천을 통해서 이해해 갈 수 있는 것도 있다.
성인들의 덕德, 인仁, 도道 같은 것들에는 범접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정신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감으로써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도척‘ 이 작자는 결코 보이는 것만큼 평안한 마음으로 죽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것을 정말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추가로 몇 구절 더!

논어-제6편-2장-내용
논어-제6편-2장
논어-제6편-4장-내용
논어-제6편-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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