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인문학] 이어령의 거시기 머시기-Word가 World를 바꾼다.

논어부터 시작해서 이제까지 계속 스스로의 경험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책 리뷰를 쓰고 있는데, 내가 무슨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사실 이런 것들을 포스팅하고 있는 곳이 다른 이에게도 공개가 되는 플랫폼인지라 학식도 식견도 없는 내가 무슨 작품들을 평가하듯 쓴다는 행위 자체가 건방져 보일까 망설여지기도 한다. 내가 무슨 평가 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래도 누구 하나라도 내 글을 보고 책에 관심을 (반발심에라도..) 갖게 된다면, 하는 생각으로 이런 플랫폼에 내 기록을 계속 남겨가고 있다.
아.. 그런데 이 책은 너무하다.
내가 정말 어떻게 감히 어떤식으로든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책이다.
카페에서 혼자 읽다가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하기도 하고, 글을 쓰는 동생이 있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책을 주문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게는 엄청난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먼저 책의 구성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지방의 국립대학교였는데, (모교라서 이런 말은 하기는 싫지만) 사실 학생들의 수준이 그리 높은 학교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전공했던 경제학과는 유독 교수진들이 국내는 물론 외국 학계에서도 이름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분들 중에 한 분이 생각났다.
그분은 한국은행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면 자문을 구하곤 할 정도로 화폐경제학 쪽의 권위자셨는데, 아주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들려주시고자 하셨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오질 못하자 그 교수님은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더 나은 강의를 들려주시려고 노력하시던 분이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때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故이어령 선생님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안해도 될 것이다.
책 내용이 전체적으로 이어령 선생님이 은퇴 후 강연을 하신 것들을 엮은 것들인데, 한국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학식과 업적을 남기셨을 정도이신 분이 자신이 이뤄놓은 길 위에 후대의 젊은이들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책장이 넘어가는 내내 정말 성심성의껏 정성을 다해 강의를 해주시고 계신다.
252p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여러분이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끝나는 데서 여러분이 시작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언어와 글, 문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입부에서는 언어와 문자에 관한 이분법적인 은유로 시작이 된다. 이분법이라고 하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사실 이분법이라는 것은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아주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이어령 선생님의 이분법적 전개는 흑백으로 나누고자 하는 의미의 그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그 경계선에서 찾을 수 있는 ‘그레이존’을 찾고 그것을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데, 책의 중반부, 후반부로 나아가면서 이 ‘그레이존’은 점점 흑과 백을 모두 포용해 간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언어와 문자에 관해서라면 빠질 수 없는 이 비트겐슈타인은 좀 냉철하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비관론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령 선생님 앞에서는 비트겐슈타인도 마치 비관론자처럼 보인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하는 언어와 문자는 정신, 정서, 문화, 사상 등 세상 모든 것을 아우른다.
언어와 문자에 관해서는 맞고 틀리고, 같고 다르고와 같은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언어가 말하여지고 문자가 쓰여지는 순간 그것은 큰 의미를 가지며 그것은 또 하나의 세계이고 또 하나의 문화이며 인생이다.

적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잘 표현이 안된다. 마치 더 적으면 실수를 하는 것만 같다.
마무리 해야 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간 내가 언어와 문자에 관해 갖고 있던 비관적인 생각과 의심과 편견과 의문을 많이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주제 자체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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